흥부와 놀부 이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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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
 
흥부가 고기 냄새를 풍기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소식이 돌았다. 무릎 꿇고 구걸하던 흥부가 무슨 수로! 놀부 부인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웃 대감님 댁에서 일을 받아온 걸 보고 일할 수 없게 손을 써뒀기 때문이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비밀의 냄새가 고기 냄새와 섞여 코 안을 간질였다.
 
"여보! 이리 좀 와봐요! 여보!"
 
놀부가 문을 열고 들어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는 거 있어요?"
 
"뭘?"
 
"흥부네 말이에요. 요즘 돈 냄새가 나던데?"
 
그녀의 말투에서 눈치를 챈 놀부는 한숨을 쉬며 무슨 일인지 알아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이렇게 된 거다. 아우야."
 
오랜만에 찾아온 형님을 맞이하고 자초지종을 듣게 됐다. 형님은 미안하다며 "형수가 너희 집 돈 냄새를 맡고 나를 시켜 알아오게 시키더구나"라고 말했다. 흥부는 형님에게 형수에게 알려주지 말고 알고 있으라며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놀부는 이야기를 들으며 굉장히 놀라워했다. 분명 지금까지 착실히 살아온 것에 하늘이 상을 내려주신 거라며 흥부를 자랑스러워 했다. 놀부는 부인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흥부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상상이 가질 않았지만, 흥부라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우애를 다질 기회를 잡은 형제는 주막으로 자리를 옮겨 그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며 잘 지냈다.
 
그 시각 놀부가 집을 나간 지 오래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지는지 그 궁금증을 참아낼 인내심이 폭발 해 버릴 것만 같았다.
 
마침내 놀부가 거나하게 취해 집안으로 비틀비틀 들어오자 그녀는 잽싸게 놀부를 끌고 방안으로 들어와 몰아붙였다. 놀부는 술에 취해 횡설수설 말을 얼버무렸다. 그녀는 그런 놀부의 태도에 약이 잔뜩 올랐다.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하던 충견이 주인에게 반항하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그녀는 품속 은장도를 꺼내 순식간에 놀부의 다리를 얇게 베었다. 날카로운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든 놀부가 날이 잘 선 칼날을 보자 공포에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는 놀부의 목 가까이에 칼날을 가져다 대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놀부는 두 눈을 꽉 감아버리며 대답했다.
 
"흥부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고 그 보답으로 받은 돈이다."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놀부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의 거짓말은 항상 얼마 안 가 들통이 나고 만다. 지금도 놀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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